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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0915 인왕산 - 첫번째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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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시 내려와야 하는 걸 왜 오를까? 

 

나에게 산은 그랬다.

그냥 멀리서 봐도 되는,

풍경 같은 존재

 

살면서 동네 뒷산도 제대로 올라본 적이 없었다.

(약숫물보다는 삼다수 아닙니까?)

그렇기에 내가 올라가 본 산은.. 남산이 전부였다. 

 

회사에서 등산에 흥미가 생긴 동료가 있었다.

(물론 더 정확하게는 등산 후 먹는 막걸리와 감자전에 빠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나 포함해서 3명이 주말에 인왕산을 오르기로 스케줄을 잡았다.

 

8월 한 여름, 그것도 한낮에...

 

다행히도 주최자 빼고 나머지 둘은 체력이 저질이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정상 근처도 가보지 못하고

대충 커다란 바위와 성벽 옆에서 사진 좀 찍어대다가

후다닥 내려와서 파전에 막걸리에 얼큰히 취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서촌골목의 전집 (너무 맛있어서 그 다음주에 또 갔다ㅎㅎ)

 

근데 그때 난 몹시도 아쉬웠었나 보다. 

또 정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이 너무 예뻤다. 

 

그래서 틈틈이 체력을 키우면서 그날을 준비했다.

일주일에 3번 정도 1만보씩 걸었다.

하루에 2000보도 걷지 않는 나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그리고 9월 어느 수요일에 일찍 퇴근하고 바로 인왕산으로 달려갔다.

추석 연휴 앞두고라 등산 후 근육통에 시달리더라도 부담이 덜할 것 같아서 ㅎ

 

편의점에 들러 생수 한 병을 사들고 산으로 출발.

한 번 걸어봤기에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지난번에 멈춰 돌아섰던 그 지점을 지나 서자

갑자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백신 부작용이었....)

 

내가? 지금 산을 오르고 있다고? 혼자서? 내 의지로? 

 

맥박이 180까지 치솟았다. 

두통과 함께 현기증도 찾아왔다. 

갑자기 겁이 났다. 

 

(어쩌면 이때 멈추고 돌아갔어야 했는지도 몰라)

 

그런데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정상이 코앞이었고 언제 또 산을 올라보겠냐고

(이때까지도 산은 멀리서 보는 것이었으니까 ㅎ)

아무리 걸어도 정상은 보이지 않았고

계속 제자리걸음 같아 지쳐갈 무렵, 잠시 쉴 겸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나?

내가 벌써 이만큼이나 올라왔다고?

세상에? 멋진데?

저절로 힘이 생겨났다.

 

다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마침내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 

다소곳한 인증샷 (찍어준 분의 사진 센스가 엄청나서 세상 날씬 길게 나왔다ㅎ)

정상석을 지나 더 뭔가 있나 봤으나 더 이어진 길은 없었다.

오르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이게 끝이라고?

 

난 저 뒷 산까지 길이 쭉 이어진 줄 알았다 (v일단은 또 인증샷v)

 

다시 바로 내려가기 아쉬워서

정상석 부근에 자리 잡고 잠시 멍을 때렸다. 

조금 더 버텼다가 야경까지 보고 내려갈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어둠 속에 그 계단길을 내려갈 자신이 없었다. 

 

툭툭 털고 하산 시작

멋진 뷰가 자꾸 발걸음을 멈춘다

해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정말 해는 순식간에 내려갔고

내려가는 순간순간마다 하늘이 너무 예뻤다

통통한 반달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어느덧 성곽길에 불이 들어왔다. 

종로 시내를 지날 때 저 멀리서 보이던 불빛이 이거였구나

 

(하지만 이 불빛은 성곽에만 있었..나중에는 스마트폰으로 땅을 비춰가며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정상을 올랐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안고

집에 돌아왔다. 

 

첫 등산 끝 :D

 

 

 

이렇게 예쁘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2차 백신 맞고 일주일도 되지 않은 (5일째) 날의 등산이었던 것이다.

등산하고 이틀 뒤부터

목 전체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 노이즈캔슬링이 자체적으로 실행되었다)

처음에는 몰랐다.

이 모두가 백신 부작용이었다는 걸 (세상 둔하다)

 

추석 연휴 내내 고생하고

결국 물금지령 내려져서 다음 달 제주도 여행에서 물 근처도 못 갔다

 

물론 그 덕분에...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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