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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주일에 책 한 권

양희은 <그러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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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7

꿀 같은 반차를 얻고 평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던 그날. 

 

모처럼 교보문고에 들렸다. 

읽기 시작한 <생각한다는 착각> 내용 도입부터

<안나 까레니나> 내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아무래도 그 책을 먼저 읽어야지 싶었다.

 

분명 수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로 재밌게 봤던 기억은 있는데..

도무지 내용이 생각나질 않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세상에 총 3권이었다. (2권짜리도 두께가... 어이구야)

 

톨스토이 아저씨... 진짜... ;

 

선뜻 구입이 망설여져서 방황하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양희은 <그러라 그래>

 

출간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책 제목만으로 시선이 가더라.

그래서 충동구매했다. 

(교보문고 방향제와 함께 - 향 너무 좋아 >_<)

 

그리고 그날 나의 충동구매는 너무 잘한 행동이었음을!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칭찬했다.

 

진득하니 집중하지 못하는 나였음에도

책은 술술 읽어졌고,

 

담백한 글 안에서 위로를 받았달까?

 

 

봄꽃을 닮은 젊은이들은 자기가 젊고 예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젊은 날에는 몰랐다. 그걸 안다면 젊음이 아니지. 자신이 예쁘고 빛났었다는 것을 알 때쯤 이미 젊음은 떠나고 곁에 없다.  21p

 

"여행 다녀.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  37p

 

작은 돌부리엔 걸려 넘어져도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법은 없다고, 뭐 엄청 대단한 사람이 우리를 위로한다기보다 진심 어린 말과 눈빛이 우리를 일으킨다는 걸 배웠다. 67p

 

고백하건대,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낸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결핍'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 이왕이면 깊게, 남과는 다른 굴절을 만들며 세상을 보고 싶다. 117p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떠남'을 생각했다. 진즉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선선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면 그것 역시 '떠남'과 다르지 않았을 텐데...... 굳이 이렇게 짐 꾸려 떠날 일은 아니었다. 처음 선 자리에 계속 버티고 서 있는 한 그루 큰 나무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뿌리조차 없었으니....... 127p

 

어떤 나이든 간에 죽음 앞에서는 모두 절정이라 치면, 그래, 지금이 내 삶의 절정이고 꽃이다.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후라 더 이상 꽃구경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 지금이 가장 찬란한 때구나. 133p

 

나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했다. 마음속 깊이 그대로 있다. 스스럼없이 내 속의 어린아이를 만나 위로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중략) 털어내면 아무것도 아닌 상처, 비슷한 아픔 앞에 서면 차라리 가벼울 수도 있는데...... 상처는 내보이면 더 이상 아픔이 아니다. (중략) 왜 상처는 훈장이 되지 못하는 걸까? 살면서 뜻하지 않게 겪었던 아픔들을 수치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런 흉도 없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사람은 제 겪은 만큼'이란 말이 있다. 나는 내가 가진 상처 덕분에 남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다. 그러한 눈과 마음이 있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137~138p

 

바람처럼 스쳐 지나는 한평생, 기력이 쇠한 모습이나 나이 든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할 필요가 있을까. 육신의 옷을 벗어놓고 가는 길, 돌아볼 때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웃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받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157p

 

스스로 딛고 일어나기 힘들다면 자신을 붙잡아줄 누군가의 손을 꼭 잡길 바란다. 내 편을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살 힘이 생긴다. 곁에서 고개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줄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길 가다 모르는 할머니가 건네는 웃음, 사탕 하나에도 '살아 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리라. 넘어졌을 때 챙겨주는 작은 손길에도 어두운 감정들은 금세 사라진다. 164p

 

인상 깊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틈틈이 적은건데

이렇게 많아졌다. 

 

그 중 특히나 인상깊었던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구절은 이거였다. 

 

"그 사람, 레몬 같아. 육질이 아니야. 식물성이야. 상큼해"

주위 사람들에게 남편 될 사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나는 상큼한 사람과 결혼했다.  207p

 

이런 느낌을 받는 사람을 만난다면

결혼이란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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