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내가 겪은 일들을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묽은 진물과 진득한 고름, 냄새나는 침, 피, 눈물과 콧물, 속옷에 지린 오줌과 똥. 그것들이 내가 가진 전부였습니다. 아니, 그것들 자체가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들 속에서 썩어가는 살덩어리가 나였습니다.
지금도 나는 여름을 견디지 못합니다. 벌레 같은 땀이 스멀스멀 가슴팍과 등으로 흘러내리면, 내가 살덩어리였던 순간들의 기억이 고스란히 돌아와 있는 걸 느끼며 깊은숨을 쉽니다. 이를 악물고 더 깊은숨을 쉽니다. 120p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찌.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 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130p
아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사진에서 이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건, 이렇게 가지런히 옮겨놓은 게 아닙니다. 한 줄로 아이들이 걸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시킨 대로 두 팔을 들고, 줄을 맞춰 걸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133p
-> 읽다가 분노가 극에 치달았던 순간
깜빡 잠드는 순간, 잠에서 막 깨어나는 순간마다 그 얼굴들을 봅니다. 창백한 피부, 다문 입술, 반듯이 현수막을 덮고 누워 있던 그 모습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턱과 뺨에서 연한 핏물이 떨어지던, 눈을 반쯤 뜨고 있던 남자의 얼굴과 함께...... 도려낼 수도 없는 내 눈꺼풀 안쪽에 박혀서. 146p
생시에 가까워질수록 꿈은 그렇게 덜 잔혹해진다. 잠은 더 얇아진다. 습자지처럼 얇아져 바스락거리다 마침내 깨어난다. 악몽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기억들이 조용히 당신의 머리맡에서 기다리고 있다. 161p
<소년이 온다>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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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인사이트 영상 아카이브 프로젝트 오월의 기록 2021.05.20
KBS Special 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 2009.05.17
https://www.youtube.com/watch?v=BiIDtLYU3PE&list=PL797F78917E59943A
kbs 사이트에서는 찾을 수 없었고 youtube에 01~07로 나눠진 영상을 발견
어쩌면 신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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